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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 어머니의 경험담

미쁨정원 2024. 12. 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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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여름이었네요... 아 벌써 10년 전.......... 잠시만.. 눈물을 좀 닦고요...
땀 뻘뻘 흘리면서 집으로 쫄래쫄래 오니 옆집 아주머니가 와 계시더군요.
울 엄마의 유일한 친구이자 말동무...

나 : 엄마 내 왔따아~~~

엄마 : 어여 온니라(어서 오너라 이런뜻ㅋ) 아줌마한테 인사 안하나?

나 : 가방 풀고 할라캣다. ㅋㅋ 아줌마 안녕하세요~

아줌마 : 오야~ 배고플낀데 밥무라 어서

엄마 : 어떡 씻어라, 부엌에 가면은 반찬 다 올려져 있으께 밥만 퍼다 무

나 : 아르떼이~

저는 밥먹는 와중에 두분이 무슨 대화를 그렇게 재밋게 하시는지 입은 밥을 씹고 있으면서도
귀는 연신 거실로 향했죠
밥을 거의 마시듯이 먹고, 보리차로 입가심을 하고 거실로 나와 선풍이 앞에 앉았드랬죠ㅋ
선풍기를 강으로 해놓고 얼굴을 가까이 하고선 "아~~~"하고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엄마 : 가시나 시끄럽다. 가가 씻그라. 지지부리 하이 해가 있지 말고 (가서 씻어라 지저분하게 있지말고 라는 뜻ㅋ) 혼차 선풍기 다 막고 있노.

나 : 알았따아.. 좀만 있다가 씻으께~

그러면서 점점 두분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등에 간간히 소름이 돋게 됩니다.

그때부터 들은 이야기는.....

어머니가 지금 60대 중반이신데 (저는 늦둥이입니다ㅋ)
어머니 어렸을 때 기이한 일이 많았나봐요
형제도 많았던 터라 먹고 살 방법이 마땅치 않아 다들 타향살이 하며 우리 외할머니 외할아버지한테
돈 부쳐드리고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 오고 그랬나봐요.

젤 큰이모께서 일주일에 한번씩 오셨는데 그날 본집에 오는 날이라 마중을 나갔답니다.
원래 항상 외할머니가 혼자 가시다가 저희 엄마가 하도 바람을 쐬고 싶대서 같이 가자고 조르셨답니다.
"가시나 마.. 집에 있지.. 만데 고생할라꼬.."
그래도 저희 엄마는 좋다고 히죽히죽 웃으시며 따라나섰답니다.
젤 큰이모가 토요일날 일이 끝나면 항상 7시 쯤이었는데 본집에 오면 9시쯤 되었다합니다.

그때 울엄마의 나이는 지금 이야기속 저의 나이보다 어렸습니다.
흠 아마 초딩 6학년쯤??
항상 계곡 위의 다리 끝에서 기다렸는데 그날은 밤 9시 반, 10시가 되어도 큰이모께서 나타나지를 않았답니다.

아무리 여름이었지만.. 시골이었던터라 점점 바람도 거세지고....
바람때문이라기 보다 뭔가 한기같은게 느껴졌대요;;

외할머니도 저희 엄마도 오들오들 떨다가 "안되겠다, 너거언니 안올모양인갑다 가자."
그러시곤 두분은 돌아섰답니다.

그때!!!
저 반대편 다리 끝에서 "엄마... 엄마... 내왔다"라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더래요.
작지만 또렷하게

외할머니는 흠칫 놀라셨고 엄마는 깜짝놀라서 큰이모가 오신줄 알고 외할머니보고
언니 왔는갑다 이렇게 말씀하시려고 했는데 외할머니 표정이 정말 안좋으시더래요.

그리곤 하시는 말씀이 "야야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재이" 하곤
저희 엄마 손을 꼭 움켜 잡으시곤 침착하게 걸으시더랍니다.

할머니는 알고 계셨던 겁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큰이모가 아니라는 것을...
엄마는 처음 겪는 일이라 도대체 무엇이 있길래 저러시나 하며 갸우뚱 했지만
직감상 할머니의 어두운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대요. 뭔가 위험하구나

한걸음 한걸음 발을 뗄 때마다

"엄마아!! 엄마아!!!"
너무 급하게 뒤에서 부르더래요

울엄마는 순간 큰이모인가 싶어서 뒤를 돌아보려고 하는데
외할머니께서 꼭 잡은 손을 확 잡아당기시고는
"야야. 불러도 대답하지 말고 뒤도 돌아보지 말그라이"

엄마는 그저 멍한 상태, 할머니는 굳어버린 표정..
그렇게 두분은 손을 잡은 상태로 집방향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으셨다고 합니다.

한걸음 걷고 있으니 또 뒤에서 "엄마!!" 또 한걸음 떼니 "엄마아!!!!!!!"
나중엔 악이 섞인 목소리 같았다고 했습니다.

다리에서 멀어질때마다 그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처음엔 작게 울리던 소리는 나중되니 산중에 울려퍼졌다고 합니다.
안돌아보면 안될정도로 가슴이 조여오는 소리로요.

울엄마.. 결국 신신당부하시던 외할머니의 말을 어겨버리고 뒤를 돌아본거죠.
그 기이한 것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셨고
그 와중에 다급하게 외할머니가 소리치시는 것을 들었다고 합니다.
"얼른 고개 돌리라 퍼뜩!!!" 소리는 들리는데 몸이 말을 안듣더랍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기억이 없어지셨고 깨어났을 땐 집이었답니다.

새벽이었는데 외할머니는오들오들 떨고 계시다가 일어난 저희엄마를 다시 눕히면서
"오늘 본거는 다 잊어묵어뿌래이"하시더랍니다.

다음 날 저희어머니는 그 다음 상황을 직접 외할머니께 듣지 않고
옆집 할머니와 외할머니가 하는 이야기를 듣게됩니다.(제가 듣는것처럼요ㅋ)

외할머니는 저희 엄마가 뒤를 돌아보고 멍한 상태로 가만히 있길래
얘가 홀렸구나 싶어 소리지르시다가 쓰러지기 전에 바로 들쳐 엎고 뒤도 안돌아보고
신발이 벗겨지도록 미친듯이 집으로 달리셨삽니다.

집에 도착할 쯤 할아버지께서 집 밖으로 막 달려 나오시더랍니다.
"머꼬? 이거 아가 와 기절했노?" 외할아버지께서는 엄마를 받으셔서 안으셨고 외할머닌 터덜터덜
기운빠진 발걸음으로 집으로 들어와 물 한모금 퍼드시곤 가쁜 숨을 몰아쉬시는데
외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 "너거(외할머니+엄마) 나가고 아차 싶던데. 큰아 어제 편지 왔었어.
못온다고. 내 말해준다 카는기 내에~ 주말마다 오던기 아오이끼네(매주말마다 오던게 안오니까) 주머니에 편지 너어노코 난도 삼통 까묵었뿟네.. 너거 쪼매 있다 들어오겠지 싶었는데 한참을 아와가 걱정이 되가 막 뛰나가던 참이었어. 밖에서 무슨일 있었드나? 으잉?" 하셨답니다.

저희 엄마가 들으신건 여기까지구요. 그때 엄마가 본건 무엇이었을까 라고 이야기를 들으며 의문을 품는 도중 보신것을 묘사하셨습니다.

뒤를 돌아봤더니 큰 이모는 없고 까만색 옛날 할아버지들이 걸쳐입는 두루마리 도포같은걸
걸쳐입고,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무엇인가 다리 위에 서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오는 산발이었고 신발을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고 합니다.
얼굴은 머리카락으로 덮혀서 입만 보였는데 그 입에선 큰이모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내며
"엄마!! 엄마!!" 소리를 내는게 그 모습이 매우 기이해 넋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한걸음씩 한걸음씩 외할머니와 엄마쪽으로 오고있었다고 합니다...
가까워 질때마다 엄마를 찾는 목소리는 더 커졌고 다급하게 들렸답니다.
덩실덩실 여유로운 듯 춤을 추는데 입은 매우 다급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상상하고 있자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한줄기 찍.. 흐르더라구요
엄마가 묘사한 모습을 하얀 도화지에 그림 그리듯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그리고 있을때


































그때 엄마가 등짝을 쫘악 하고 쳤습니다ㅋㅋㅋㅋ
저는 너무 놀래서 "어우!!!!!!!! 엄마아!!!!!"하고 소리쳤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아픔보다 그 이야기에 너무 집중해서 놀라버린거죠ㅋㅋ

엄마 : 씻는다미 언제 씻을끼고.. 어떡가서 씻그라. 옷갈아입고 테레비 보든지 드가가 숙제하든지
와 얼빼고 앉아있노. 비키라 선풍기 바람 안온다!

나 : 알았따아... 쪼옴....

아줌마 : 학교서 공부 좀 하나 우쨰되노 (깔깔깔)ㅋㅋㅋ

나 : ㅡㅁㅡ;; 엄마.. 내 씻으께에~~ (본인은 공부라면 할말이 전혀 없음ㅋ 참고로 난 여자임ㅋㅋ)

욕실에첫번째 들었던 이야기보다 두번째 이야기가 더 리얼했던 이유는
설명하시는 엄마의 스펙이 장난이 아니셨기 때문입니다ㅋ

씻으면서 간간히 봤을 땐 엄마의 설명도 무서운데 모션까지 더해져서 흠칫흠칫 놀랐었는데ㅋ
그러나 글로써 그 무서움을 다 전해드리지 못할 것 같은 섭섭한 아쉬움을 미리 전해드림과
더위가 좀 물러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두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ㅋㅋ
앞전의 이야기보다는 상황묘사가 훨씬 없고 주로 대화식으로 이어갑니다ㅎ

방으로 들어와 슈퍼맨처럼 초스피드로 옷을 갈아입고 욕실로 씻으러 갑니다.

엄마 : (쫑알쫑알) 그래가 나갔따카이
아줌마 : 저녁때 되가?
엄마 : 어 밥묵고 내 밑에 밑에 동생이랑 나갔찌

그 일을 겪은 엄마는 마치 꿈을 꾼 것 마냥 일상 생활로 돌아오셨고
그때 봤던 그 기이한 것은 까마득히 잊고 지내셨죠...

세월이 지나 형편이 나아지자 뿔뿔히 타향살이를 하던 몇몇 이모들과 삼촌들은 집으로 들어오셨고
엄마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셨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겪은 기이한 체험의 계절은 초봄이었답니다.
바람과 물이 아직 차가울 때지요.

초저녁에 밥을 먹고 심심하셨는지 저녁마실을 나가셨답니다.
아마도 아가씨가 되고나니 자꾸 어디 놀러는 가고 싶은데 마땅히 갈데는 없고 그래서 마실을 나가신듯 해요ㅋ (혼자만의 추측이에요ㅋ)

넷째이모와 함께 동네를 이래저래 한바퀴 돌고 (순찰??ㅋㅋ)나니
시간이 많이 됐다 싶어 이제 집으로 들어가려고 설렁설렁 발길을 돌리셨답니다.

그 일(1탄의 일)을 겪은 후론 다리고 뭐시기고 일체 저녁에는 집 밖에 나오질 않으셨는데
세월이 지나니 까맣게 잊은것이죠ㅋㅋ

점점 현실에 눈을 뜨게 되고... 그 문제의 계곡 위 다리를 또 다시 지나치게 되셨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저희 넷째이모와 수다를 떨며 건너는 도중
봄이라고는 하지만 그 추운날에 누군가 씻는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라셨답니다.

넷째이모가 저희 엄마보고 (저희 엄마는 셋째이십니다.)

넷째이모 : 흐? 니야(언니) 저 밑에서 누가 씻는갑다

그리고 잠시 후......

첨벙첨벙 소리와 함께 도깨비불 같은게 두개가 공중에 떠서 엄마와 이모쪽으로 서서히 오더랍니다!

그것이 점점 가까워 지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 두명이었고 이웃집 내외분이셨다고 합니다ㅋ

저희 엄마와 넷째이모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도의 숨을 쉬며

엄마 : 아줌마, 아저씨예 깜짝 놀랐잖아예ㅜㅜ
아줌마 : 아이고 oo집 딸래미들 아이가?
엄마 : 예ㅎㅎ 근데 와 여서 나와예?
아저씨 : 마누라캉 내캉 원래 일 끝내고 나면 이리저리 한바꾸 돌고
여서 이바구 까미 손발좀 적시다 가니라ㅋ
아줌마 : 우리사 머 원래 여 자주 나오이끼네...(나오니깐)
그렇다치고 너거는 우짠일이고?
엄마 : 저희 저녁묵꼬 심심해가 마실 나왔써예ㅋ
물이 아이까 마이 찰낀데 안추부예? (물이 아직 많이 차가운데 안추워요?라는 뜻)
아줌마 : 여 한겨울에도 와가 잠깐 슥 손발 적시다 가는데 모ㅋ
너거끼리만 이래 다니노 위험하구로
엄마 : 저희는 아줌마, 아저씨 따문에 시껍했어예..ㅜ ㅎㅎ 더 있다 가실라꼬예?
아저씨 : 어언지 (아니) 인자 드가야제ㅎ 저저 우리랑 같이 드가자 너거끼리 가면 위험하다

그때 저희 넷째이모께서 급제안을 하셨답니다.

넷째이모 : 니야, 내 모 묵고싶다
엄마 : 아까 밥묵고 나왔잖아
넷째이모 : 몰라 입이 심심해죽겠따아~ 우리 쪼매만 여서 기다릿다가 동이 오빠야 오면
꼬시가꼬 맛있는거 사달라 캐가 같이 드가자. 니야도 어차피 돈 읎다 아이가
(동이는 저희 큰외삼촌이십니다ㅋ 넷째이모보다는 오빠죠)
엄마 : 지금 이 시간에 돈 있으봤자 맛있는기 어디파노.
넷째이모 : 몰라... 그냥.. 집에 드갈라카이 왠지 아숩잖아;;

저희 엄마는 잠시 고민하시다가 넷째이모의 급제안에 곧 동의하셨답니다

엄마 : 아저씨, 아줌마 죄송한데 먼저 들어가이소 저희는 동이 기다릿다 같이 드갈랍니더
아저씨 : 너거끼리 안위험하긋나... 괜찮겠나?
아줌마 : 머스마는 머 혼자와도 괜찮은데 처녀 둘이 이래 놔뚜고 갈라카이 맘이 안핀해서 그렇지
엄마 : 괜찮아예^^ 인제 저희도 다 컷다아임니꺼ㅋ

그때 아줌마 아저씨께서 불을 하나씩 들고 계셨는데
(저희 엄마가 도깨비불로 착각했던 그것ㅋ 나무에 불붙여서 손전등마냥 가지고 다녔대요)
그 중 하나를 주시며 이거 가지고 있다가 혹시나 눈에 이상한거 보이면
이걸로 인정사정없이 휘둘러라 하셨답니다. (주위가 어두우니깐 장난식으로 말하면서 한개 주신듯해요ㅋ)
그걸 하나 받아가지고선 아줌마 아저씨께 인사치레를 하고는 다리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답니다.

그때까지도 어렸을때의 끔찍했던 다리 위의 경험은 새까맣게 잊고 계셨다네요
한치의 의심도 없이 말이죠!!!ㅋㅋㅋ

어쨋든 기다리는 와중에 넷째이모께서 입이 심심하셔서 그랬는지 연신 엄마께 조잘조잘 떠드셨다고 합니다.
엄마는 넷째이모와 대화를 하며 간간히 추임새도 넣어 주시면서 다리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왔다갔다 하시며 이야기를 하셨다합니다.
(여자끼리는 팔짱끼고 이야기하다보면 계속 같은자리 뱅글뱅글 맴돌면서 얘기하는 그런거요ㅋ)
그렇게 이야기 하던 도중.....

니야, 그래가 있짜나.. 그 머스마가..(조잘조잘)

첨벙...첨벙....첨벙........

니야도 보면 알잖아 좀 아가 으리하다 아이가

첨벙...첨벙....첨벙........

저희 넷째이모의 조잘거리는 수다소리에 간간히 섞여 들리는 물소리............

엄마 : 니 잠시만 입다물어봐라
넷째이모 : 와.........?
엄마 : 저거 들리나?
넷째이모 : 모가?
엄마 : 잘들어봐라 기지바야!! 저 물소리!!
넷째이모 : 모르겠는데....? 기양 물흘러가는 소리 아이가?????
엄마 : 니 귀에는 저 소리가 흘러가는 소리로 들리나?? 누가 씻고 있잖아!!!!!!!!
넷째이모 : 아줌마 아저씨 아이또(아직도) 안갔나?
엄마 : 미친나! 아줌마 아저씨가 간다카고 저 밑으로 다시 씻으러 가게;;;;
넷째이모 : 그라믄 누가 다른 사람이 씻고있겠찌;;
엄마 : 일단 니 주디 다물고 있으라이.. 잠시만 있다 입띠바라 (말해라)

그리곤 얼마있지 않아 저희 넷째이모의 귀를 확인 시켜 주는 듯한 또렸한 소리가 들렸담니다.
그 소리는 들을수록 우렁차지더랍니다.

첨벙...첨벙....첨벙........

그리고 이어지는 말소리..................

아이구 시원하다!! 아이구~ 시원하다!!!

넷째이모 : 봐라... 사람이제.. 와 도깨빈줄 알았드나?
엄마 : 물이 아이까이도 마이 찰낀데 이시간에 여서 씻는 사람이
우리 동네에 그래 많단말이가? 희한하다 참말로
넷째이모 : 근데 목소리가 좀 요사스럽긴 하다

그리곤 다시 넷째이모와 대화를 시작하시려다가 고개를 다리밑으로 획 돌렸답니다.
시야에 뭔가 들어왔기 때문이겠죠.. 다리 밑으로..

그 씻는 사람이 희끄무레 보이더랍니다.
저희 엄마는 한참동안 그것을 지켜봤지만 그 모습이 선명하지 않더랬죠.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다리를 약간 구부리셨답니다.
등은 숙이고 눈은 위로 최대한 치켜뜨고
그것이 혹시 동네사람일까 싶어 온 집중을 다하여 보던 중

엄마 : 야! 니.. 저거 보이나?,,,,??
넷째이모 : 어.. 근데 자세히는 인빈다
엄마 : 까치발 들면 비나, 숙이야 비지(보이지)

넷째이모는 아예 엎드리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분은 그 형체를 알아보기 위해 대화를 중단하고 숨소리도 아끼셨답니다.

엄마 : 저.. 저게 모꼬....!!!!!!


그것은 물 소리를 점점 크게 내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데..............................서 물을 정말 작게 틀어놓고 문 열어놓고ㅋㅋ
조심조심 씻으며 다시 거실 어머니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됩니다.



그리곤 저희 엄마는 아가씨가 되어서 그 기이한 것을 한번 더 보게 되죠.


그 첨벙거리는 것의 형체를 알아보기 위해 대화를 중단한 채 숨소리도 아낀 두 분.

엄마 : 저.. 저게 모꼬!!!!!!!

그것은 물 소리를 점점 크게 내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데............

아뿔싸...
그것은 저희 엄마께서 어린시절에 보셨던,
그러니까 앞전에 얘기 해 드렸던 그것이었답니다. (1탄 참고)

까맣게 잊고 사셨답니다.
기억에서 사라진 줄 아셨답니다.

그러나 기이했던 그 모습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였답니다.

그것은 먹이라도 발견한 듯이 신나게 몸에 물을 적시며 엄마와 넷째이모 쪽으로 점점 다가왔고
넷째이모는 털썩 주저앉더니 엉덩이로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시더랍니다.

까만 두루마기 도포를 걸치고 머리는 산발을 해가지고 연신 차가운 물을 끼얹으며 머리도 감더랍니다

정말 시원해서 내는 목소리가 아니라 악이 받친 목소리로
꼭 엄마와 넷째이모가 들으라는 듯이

아이고 시원하다! 아이고오~ 시원하다!!!!를
반복하며 다가오더랍니다

그 옛날 첫째이모의 목소리를 흉내내던 기이했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고 하십니다.

손으로 물을 퍼서 까만 옷에 끼얹으며 '아이고 시원하다' 하면서 가까이 오고
손으로 물을 퍼서 산발한 머리에 끼얹으며 '아이고 시원하다' 하면서 또 가까이 오고

이 두가지 행동을 반복하면서 점점 가까이 오더랍니다.

손은 머리카락 사이에 집어넣은 채 이윽고 물 밖에 올라와서 가만히 서 있더니.....
달달달달달달 떨면서 넋빠진 어머니와 이모가 있는 다리쪽으로 오더랍니다........... (아 무셔;;)

너무 가까워진 거리... 관찰하긴 싫지만 눈에 보이는건 어쩔 수 없으셨겠죠.

내 얼굴은 입 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듯 얼굴의 반을 덮고 있는 젖은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 사이로 집어넣은 앙상한 손가락... 목은 거의 없다시피 했답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갓 그리기 시작할 때 얼굴 다음에 목 빼고 몸통을 바로 그려놓은 그림처럼 말이죠...

그 괴기스러운 모습을 보고있자니 오줌보에 힘이 풀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천천히 입을 뗏는데 그 입에서 나온 소리는.







들어와서 내 머리 좀 감겨도...
키키킼키킼킼키킼킼킼키키키키킼키킼
내 머리 좀 감겨도~키키킼키킼킼키킼킼킼키키키키키킼키킼킼키킼킼킼키키



차분하게 말하며 기분 나쁘게 웃어대더니 나중엔 머리 좀 감겨달란 소리가 점점 빨라지더랍니다!






들어와서 내 머리 좀 감겨도...

머리좀감겨도!! 머리좀감겨도!!
머리좀감겨도!! 머리좀감겨도!!
머리좀감겨도!! 머리좀감겨도!!







전편에서 안돌아보면 안될정도로 가슴이 조여왔다고 했었죠..
그것처럼 그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싫어도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압박감이 밀려오더랍니다.
쉴 새 없이 바쁜 그것의 입모양

그러더니....











머리좀깜겨도오!!!!!!!!!!!!!!!!!!
좀깜겨도!!! 좀깜겨도!!! 좀깜겨도!!!!








나중엔 악을 쓰며 소리소리를 지르더랍니다.

........ 벌써 넷째이모는 정신줄 놓으셨고;;
엄마는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일념하에 아저씨께서 주고 가신 불방이이를 그것 앞에다가 마구 휘두르며
목이 쉴 정도로 외치셨답니다

훠이!!! 훠이이!!! 물러가라~!!! 물러가라아!!!!!!!!



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요;;

저희 엄마가 정신을 차리셨을 땐 횃불은 이웃집 아주머니 손에 들려있고
외할아버지께선 엄마를 마구마구 흔드시며 한쪽 뺨을 계속 때리시더랍니다

정신처리라!!!! 정신쫌 차리라!!!!

외할머니께선 등도 정말 아프게 몇차례 때리셨대요.

외할머닌 축 처진 저희 엄마를 부축하고 넷째이모는 외할아버지 등에 업힌채로
횃불을 든 이웃집 아주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셨답니다.
(요부분의 아주머니와 앞부분에서 횃불을 주시던 아주머니와는 다른분인가 봅니다ㅎ)

바로 그 다음날은 어머니도, 넷째이모도 그렇게 집 밖으로 꼼짝도 못하셨답니다.

큰외삼촌 : 누부야(누나) 괜찮나? 둘이서 내 기다리다가 머 이상한거 봤..
엄마 : 그래!!!! 니 쫌 일찍쫌 댕기라!! 요새 와 만날 술이 떡이 되가 집에 늦가오노?!!
큰외삼촌 : .............미얀타...........
엄마 : 됐따마 그기 니캇도 아이고 연이(넷째이모)한테가서 맛있는기나 사주라
어제 기양 집에 들오기 섭섭다캐가 니한테 맛있는기나 얻어먹자 카미 기다릿는긴데......


그 일이 있고 이틀 사흘이 되어도 그것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답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는 그날 일에 대해서는 당체 아무 말씀도 없으시길래
차라리 이웃집 아주머니한테 가서 그때 상황을 물어보는 것이 낫겠다 싶으셔서
그 아주머니집에 찾아가셨답니다.

아주머니 집이 엎어지면 코 닿는데였는데....
벌건 대낮인데도 몇걸음 걷는게 그렇게 무서우셨답니다

엄마 : 아주무이 저왔어예
아주머니 : 오야, 오야, 벌씨로 나왔노. 안그래도 내가 들리볼라 캣디.
돌아댕길만 하나? 동생은 좀 괘안코?
엄마 : 아적까지는... 내나 동생이나 좀 그렇네예... 식사는 하셨어예?
아주머니 : 내사 일찌감치 묵었지. 니는 머좀묵었나? 안묵었으면 상좀 내주고..
엄마 : 아이라예. 괜찮아예... 집이 바로 코앞인데 집 가서 묵으면 되지예.. 밥 생각도 영 없고.....
아주무이, 딴게 이이고예... 저.... 제가 그날 일좀 물어볼라꼬에...
제가...... 그날... 머.. 머우야고.......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이

그날 아는 집에서 보리 튀긴거(뻥튀긴가??) 가져가라고 해서 가지러 가신김에 수다 좀 떨고 온다는게

시간이 뭔캉 많이 되어 부랴부랴 나오셔서 다리쪽으로 갈려는 찰라였답니다.

누가 막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길래 목소리가 낮익어서 후딱 달려가보시니

저희 넷째이모는 다리 위에 퍽~ 퍼질러져서 허공에 넋놓고 앉아계시고

저희 엄마는 고함을 고함을 벅벅 지르시며 허공에다가 방망이(횃불)를 막~ 휘두르시는 광경이

매우 당혹스러우셨답니다.

엄마를 붙잡고 아무리 흔들어대도 정신 못차리고 아주머니 등 뒤에다가

계속 방망이(횃불)를 휘드르며 소리를 지르니깐

아주머니 눈에는 안보이는데 진짜로 등 뒤에 뭐가 있나 싶어 등이 시리고 무서우시더랍니다.

그래서 큰일났다 싶어서 저희 외가댁으로 쫓아가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오셨답니다.



아줌마(같이 얘기하시던ㅋ) : 시껍했겠다. 시껍했겠어.... 완전 홀릿뿐네..... 그기 몬고?
엄마 : (허허) 몰래 (몰라) 구신인동... 도깨비인동...
아줌마 : 아이구 섬찟하다... 근데 내는 어릴때 구신도 구신이지만은 범 그기 그래 무섭드라카이
엄마 : 아 그래, 우리 아부지가 범 보고 한번 시껍하신 적이 있그든




'범? 범이 어쨋길래?'




'근데 범이 모지? 호랑이?'




'아 왜 얘기를 안해...'




'......왜이래 조용하지....'













고개를 들었을 땐 저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저희 엄마가 .......
거울로 저를 쳐다보고 계셨던겁니다...;;; 아 완전 깜놀;; 흑흑;;;

엄마 : 니 머 엎드리가 세민대에 물받아놓고 절하나? (너 세면대에 물받아놓고 절하니?)
나 : (두근두근 쿵쾅쿵쾅)!!!!!!!!! 어.... 아.... 아...어..... 아니..........?
엄마 : 씻으러 간기 내도록 세민때에 엎드리 있으이 안카나
빨리 물 잠가라 수돗새 마이 나온다 물을 받아가 쓰지 틀어놓고쓰노(잔소리콤보;; 생략)


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저는 물을 틀어놓고 첨엔 좀 씻는 듯 하다가 그 이후론 아예 세면대에서 씻는 자세로
엄마 이야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던 겁니다.
허리를 들었을 때는 허리 완전 뽀사지는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 얼른 씻고 나온니라. 아줌마 화장실 가야된다
아줌마 : 막내 다 씻었나? 아줌마 화장실좀 가자
나 : 네~ 다 씻어가요~~~
엄마 : oo엄마, 우리 출출한데 국시(국수) 좀 끼리(끓여) 묵으까?
아줌마 : 좋지, 마 나이 드이까 국시가 최고다. 위에 부담 덜가고이 소화 잘되고
막내 니도 국시 물래?
엄마 : 금방 밥뭇는데 머... 자는 아이 국시맛 모린다.. 라면같은기나 좋아하지ㅋㅋ
아줌마 : (깔깔) 그래 어릴떄는 원래 라면같은기 땡긴다

엄마는 부엌으로 아줌마는 제가 나온 욕실로
저는 제 방으로 들어가 존슨씨네 베이비 로션만 대강 쳐바르고 거실로 조용히 나옵니다.

곧 있음 '범' 이야기를 할테니깐요ㅋㅋㅋㅋㅋ

눈은 TV를, 손은 TV볼륨을 줄이며 귀는 부엌으로 집중시킵니다.

곧 시작되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까지 ㅋㅋ

아줌마 : 요새는 국시 무도 소화가 안빠르데이
엄마 : 커피 한잔 무까? 막내야~ 들어와가 설거지하고 커피좀 태아라

'늘 그래왔지만, 솔직히 내가 젤 만만하긴 하지....'

죽도록 귀찮았지만 그래도 엄마이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는 두근거림에 경쾌한 발걸음으로 부엌에 들어갑니다ㅋ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고들 많이 이야기 하는데...
진짜 호랑이가 담배 피 만큼 사람과 행동이 비슷한 적이 있었나 봅니다.
믿거나 말거나~^^ㅋㅋ

계절은 여름이었고 잠을 자도 자도 물 위에 떠잇는 것 마냥 몸이 나른하여
외할아버지께서는 마르지도 않은 목을 축이시려 몸을 일으키셨답니다.

이때는 다시 저희 어머니가 어릴적으로 돌아갑니다.
문제의 다리 위 경험을 했던 그 시절로...

엄마 : 돌아가실때도 을매나 힘들게 돌아가싯는지...
돌아가시고 한 10년까지는 계속 꿈에 나오드라카이
아줌마 : 난도(나도) 우리 아부지 돌아가시고 한동안은 내도록 꿈에 나오데
자는데 느낌이 이상해가 눈을 이래 떠보면 허리 숙이시고 뒷짐지고
나를 너무 무섭게 내려다보고 이래거 결국 벽에 걸린 사진 치웠뿌써
엄마 : 그래도 딸 아들 구멸 안하고... 막내 저거 태어났을 때 어마나 이뻐했는동..


옛날 집들은 거의 다 그러하듯이 어릴 적 저희 외갓집도 초가집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집에 사셨답니다.
방 한칸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넷째이모, 엄마, 막내외삼촌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잠을 청하고 있던 중 (다른 이모와 삼촌들은 출가중) 부시럭거리는 특별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 모를 육감이 엄마를 깨우더랍니다.

눈을 떳을 때 혹시 꿈이 아닐꺼 하여 눈을 비비적 거리며 외할아버지께 초점을 맞추려 노력하셨답니다.

어머니의 시야가 선명해질때 눈에 들어온 것은 외할아버지께서 방문 앞에 앉으셔서
땀을 뻘뻘 흘리시며 방문에 대고 초로 원을 빙빙 그리고 계셨다 합니다.

잠에서 갓 깬 엄마는 외할아버지의 그런 행동이 기이하기만 하셨더랬죠.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만 계셔야 할 듯 해 숨을 죽이고 외할아버지를 계속 응시하셨다합니다.

그것도 잠시잠깐;;;
나중되니 목이 마르고 발에 쥐가 나고 어지럽고 작은 볼일까지 마려우셨다합니다.

이거 말을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외할아버지의 너무 진지한 의식같은 행동에
차마 쉽게 입이 떨어지질 않으셨답니다.

어찌어찌 쥐가 나는 발이라도 풀어보려 몸을 요리조리 움직이시던 중
달빛이 비치는 창호지 문 밖을 보게 됩니다.

그 창호지 문 밖, 그러니까 외할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문밖에는

사람이 다소곳이 앉아있는 형상이 보이더랍니다.

문 밖의 형상 머리 윗부분에다 초를 천천히 돌리고 계시는 외할아버지.......

발에 쥐가 나는 것보다 더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고통스러움도 잊은 채 그 광경에 몰입하셨다고 합니다.

한참을 돌리니 문 밖에 그것이 일어서더랍니다.

삐걱 삐걱.... 마루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방문 바로 앞 마루를 왔다갔다 하더니
다시 방문 앞에 멈춰 서더니 갑자기 엎드리더랍니다.

아래로 엉금엉금 기어내려가는 느낌....

그것의 다음 행동은 시야에서 차차 흐려졌고
그와 동시에 외할아버지는 초 돌리는 것을 멈추셧다 합니다.

방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촛농....

눈에 보이진 않으니 소리로 동태를 파악해볼려고 하셨답니다.



여기 저기 무언가를 질질 끌고 다니는 소리....

흙을 살살 파는 소리...



분명 일어설때와 걸을때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는 것이 영락없는 사람이었는데
땅에 내려가서는 사박사박 걷는 소리가 짐승 소리마냥 발소리가 여러개였다 합니다.

그렇게 얼마간 마당을 돌아다녔을까요..

다시 방문 앞 마루 위로 올라설때는 사람이 걷는것마냥 허리를 세우고 걸어오더랍니다;;;
아까전과 같은 모양으로 다소곳이 앉는데

그것이 뒤돌아 앉아있는 느낌이 아니라
외할아버지와 마주보고 앉아있는 느낌........

외할아버지는 또 뒤질세라 초를 그것의 머리쪽에다 문에 대고 빙빙 돌리시더랍니다.

한참을 돌리고 있으니 그것이 팔을 한짝 들고

손으로 창호지를 살살 긁더랍니다;;;


생각지도 못햇던 뜬금없는 행동에
양반다리를 하고 초로 원을 그리시는 외할아버지는 파르르 떨리는 팔과 함께 엉덩이가 흠칫, 들썩거렸답니다.

어린 저희 엄마의 눈에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저렇게 집 밖에만 돌아다니다 가겠지~ 이런 느낌이었는데

집안으로까지 침입하려는 느낌이 들자
순간 고요하던 심장이 요동을 쳤답니다.

맨 처음엔 손가락 한개로 살살 긁어대던 소리가 손가락 여러개로 문을 긁어대더랍니다.

서걱서걱서걱서걱서걱

이때는 한기가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알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걱정이 턱 하니 밀려오더랍니다.

얼마 안있음 뚫릴텐데.....

설거지하면서 듣고있는 저까지 그때의 상황이 걱정 되더군요ㅋㅋㅋ

한번씩 숨소리가 간간히 들렸는데 그 소리는 무슨 짐승소리마냥 거칠었다고 합니다.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깨어있다는걸 눈치채셨는지 뒤도 안돌아보시고

"퍼뜩 눈감고 자그라" 하시며 조용히 말씀하셨답니다.

엄마는덜렁 누워 억지로라도 눈을 감았지만 쉽사리 잠이 오길만무햇습니다.

방안을 죽 훑어보시고 옆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너무나 평온히 잠들어있는 나머지 식구들을
한번 둘러보셨답니다.

그것이 자리를 뜬 후, 날이 밝아왔음에도 외할아버지는 방문 앞을 묵묵히 지키고 계셨고
엄마는 횡한 천장만 멀뚱히 쳐다보고 계셨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엄마는 그것의 모습을 끝까지 보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그것의 모습은 외할아버지만이 보셨을겁니다.

다만...
다음날 창호지 문에는 손톱자국이 여러개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저희 막내 외삼촌 꼬꼬마시절 동무들 중 한명이 마을에서 갑자기 사라졌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을 때였다고 합니다.

어쩌면 한명 뿐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저희 어머니가 처녀때로 돌아와서~ ㅋㅋ

시기는 봄이었고
막내외삼촌, 엄마 이렇게 두분하고 동네 젊은 청년들과 처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산을 올랐다고 합니다.

집을 나서기 전 정상 가까이 있는 큰 바위쪽까지는 절대 가지 말라는 외할머니의 신신당부ㅎ

뿔뿔히 흩어져 산을 타던 중 막내외삼촌은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턱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그곳...

아마 외할머니께서 신신당부하시던 그 곳이었나 봅니다.

막내외삼촌은 큰 바위를 낑낑대며 오르고 있었고
엄마는 신나게 꽃도 꺾어보고 나물도 캐시다가
횡한 느낌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같이 왔던 사람들과 너무 멀어졌음을 늦게 아시고는

막내외삼촌이 궁금하여 고개를 들어 위를 보셨더랬죠.

작은 바위에 발을 딪고 큰 바위에 매달린 채 한참동안 내려오지도 않고 올라가지도 않으시는
막내외삼촌이 이상하여 그 쪽으로 다가가시던 중......


막내외삼촌의 바지 아래로 흐르는 소변줄기를 보셨답니다.

뭔가 이상한걸 보셨던거죠..

바위를 탈 줄 모르는 엄마는 그저 밑에서 이제 그만 내려오라고 다그치셨고
막내외삼촌은 요지부동이셨답니다.

몇분이 지났을까요....

스스로 정신을 차리셨는지 눈물콧물 빼시며 엉금엉금 내려오더니
엄마가 꽃따고 나물 캐던 그 자리에서 잠시잠깐 앉아계시다가 벌썩 일어나

"누부야 당장 내리가자!!! 당장 안가면 죽는데이!!!!!"

그 말이 너무 다급하고 절박하게 느겨져서 둘은 그저 뒤도 안돌아보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냅다 달리셨답니다.

막내외삼촌의 말인즉슨...

큰 바위 위로 얼굴을 쑥 올려보니
동굴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앞에 동굴 입구만한 큰 바위로 입구를 막아놓았더랍니다.

그리고 밉구만한 바위 위에는 어른이 입을 법한 옛날 한복 윗고리 하나가 턱하니 올려져 있었는데
한복은 피투성이였답니다.

이때는 저희 엄마가 처녀때이니 한복시즌은 한물 간때였어요ㅎ

그 주위에 작은 바위도 몇개가 있었는데
그 바우 위에도 피칠한 한복이 몇개 있었답니다.

일부러 피칠을 해 놓은것 같은 느낌도 들더랍니다;;
경계,,,,, 다가올리 말라는 그런.. 경고같은


그 이야기는 엄마와 막내 외삼촌 입에서 젊은 청년들과 처자들의 귀에 들어갔고
결국엔 동네 어르신들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그 근처에 오지 말라꼬 그래놓은기지 싶은데....."
"범이 한짓 아이겠나?"

라는 어르신들의 말씀과 함께 막내외삼촌은 외할머니께 호되게 야단을 맞으셧답니다.

"그 깊은데까지 드가지 말라 안카드나. 이유가 다 있어가 하는 말 아이가"

그런데 다 큰 막내외삼촌께서 어린애마냥 덜덜 떨면서 이런 말을 하셧답니다.

"그 바위 위에 얼라들(어린애들) 옷도 몇벌 있었는데
우리 어렸을때 같이 놀던 애들중에 한명 사라졌다 캤는 아 있었잖아.
혹시 그 아도 우리 아까 갔던 거기서 사라졌는거 아이가?"









열심히 커피를 타고 설거지를 하며 이제꺼 들었던 엄마의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천천히 그려보니
마치 딴세상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몽롱했었죠ㅎ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저런 일도 일어날 수 있는거야? 하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퍽퍽햇습니다.


아줌마 : 커피 너무 달다 ㅋㅋ 그래도 잘마싯데이 막내야ㅋㅋ
오늘 너거 집에서 이것저것 마이도 주서묵었네ㅋㅋ
엄마 : 머 짜다락 (마땅히 많이) 대접한 것도 없는데...
아줌마 : 괜찮다ㅋ 내일 저녁때 우리집에 너거 아저씨랑(울아빠) 온느라
우리 아저씨(아줌마남편)랑 같이 두루치기에 술 한잔 하자
좀있으만 너거 아저씨 오시겠다ㅋㅋ
엄마 : 갈라꼬? 좀 더 있다 가지 와...
아줌마 : 너거 아저씨 퇴근할떄 내 마주치면 이때까지 너거집 있었다고 안좋아한다ㅎ
그나저나 얘기 들은거 때매 잠 다 잤다(깔깔깔)
막내 니도 낼 고기 무러 온느래이~
엄마 : 멀뚱하이 서있지 말고 아줌마 가는데 인사하그라
나 : 안녕히 가세요~



엄마는 아줌마를 현관 문까지 배웅하시곤 욕실로 향하시며

"방에 드가가 흰빨래거리 갖고 나온느라 락스에 좀 치대자"

엄마의 명령대로 흰빨래거리만 욕실로 갖다 드리고 나머지는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사부작 사부작 빨래를 하시는 어머니의 입밖으로 구슬픈 노랫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립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오~"

























외할아버지 : 당신 자나?
외할버니 : 안직 안자예.. 와예?
외할아버지 : 그날 내 한숨도 못잤다카는날...
잠을 자도 자도 물 위에 떠있는 것 마냥 몸이 나른하고
목도 안마른데 목을 축일까... 소변을 볼까 카다가...............

요강을 가지고 들어 오시려고 문을 빼꼼히 여는데 마당 마루에 어떤 이상한 것이 자기집 마루마냥
턱하니 들어누워 있었답니다.

도둑놈이 뭐 훔필려다가 마루 위에서 잠이 들어나 싶어 얼핏 보시니
몸에 털이 수북해 저것이 짐승이구나 하셧지만
얼굴을 하늘쪽으로 살포시 돌리자 달빛에 비친 그 얼굴은 사람과 짐승을 섞어놓은 요상한 형태에
눈살을 찌푸리셨답니다.

손발도 일반 짐승처럼 넓적하지 않고 가늘었답니다.
누워있는 폼이 곱게 자란 처녀마냥 움직일때도 그렇고
자태가 처연스럽고 얌전하니 고왔다구요.
왠 처자가 이 밤중에 쓸쓸히 마실 나왔냐고 착각하실 정도였답니다.


그 묘함에 살짝 넋을 놓으셨는데
그것이 누워있는 채로 하늘을 보다 그 요상을 얼굴을 외할아버지 쪽으로 스윽 돌리더랍니다.
동시에 외할아버지 고개가 같이 기울어지셨답니다.
둘은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거죠.

그리고는 그것이 웃으면서 입을 사악~ 벌리는데
이빨이 사람 이빨처럼 가지런하지 않고 뭔가 촘촘했답니다.

그것을 보자 자연스레 외할아버지도 입이 사악하고 벌어지셨답니다.
(행동하는 것을 점차 따라하게 만들어 넋을 빼놓나봅니다.)

머리를 기울이고 입을 벌린 채 그것과 마주보며 웃는 표정을 짓는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니 섬찟하더군요;;

갑자기 획 하고 일어나길래 깜짝 놀라 아차 싶어 얼른 문을 걸어 잠그셨답니다.

일어나는 폼이 꼭 달려들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셨답니다.

그때부터 정신없이 성냥을 우르르 쏟아내 초에 불을 붙이셨답니다.
동네에서 어떤 어르신이 혹시 범같은 것이 보이면 뒤통수에 대고 초로 빙글빙글 돌리라고 하던 당부때문이었죠.







외할아버지 : 아이 꼬리가 있으마 분명히 짐승인데... 내 참 살다살다 별 희안할걸 다 본다;;
외할머니 : 아이고.. 마 잊어뿌소.. 자꾸 생각하마 머합니꺼
외할아버지 : 또 찾아올까 싶어 카는기지.....
내 생각에는 범, 범 카는기 그기지 싶어......







외할아버지께서 그것을 보신 몇일 후 다 자려고 옹기종기 누워있는데..
외할머니께 하시던 말씀이었답니다.

그 시절의 범.......


그냥 단순한 짐승의 일종이었을까요...??





+덧글
부유령이 아닙니다.
말그대로 악귀이군요.
정말로 해코지 하고자 기를 썼네요.
목소리를 흉내낸다는건 그 정도의 물리적 힘을 가졌다는거고, 검은색 옷은 둘중 하나입니다.
저승사자처럼 인도자이거나 영혼이 지닌 성격이 사악하기 그지 없을때죠.
보니까 춤을 추었다는 것.
영혼을 인도하는 인도자가 구태여 춤을 출일은 없죠.
결국 후자 쪽이라는건데... 아마도 흉내내면서 보니 두분이 굳은채로 도망가는게 재미있었나 봅니다. 춤까지 추다니...
운이 좋으셨네요.
저런 귀신인 경우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는게 상책이죠.

 

출처 : 네이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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