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생이었던 무렵의 이야기이다.내 고향에서는 저녁이 되면아이들에게 집에 돌아가라는 동네 방송이 나온다.방송이라고는 해도[빨리 집에 돌아가거라.] 라는 무미건조한 것이 아니라,[저녁 노을 작은 노을]의 멜로디가스피커에서 지지직거리며 울려 퍼지는 것이다.그렇지만 한참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그런 방송은 잡음일 뿐이었고,방송이 울려퍼져도날이 저물 때까지 노는 것이 일상이었다.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그 방송은 어른들의 경고였을 것이다.나는 그 날 혼자서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우리 마을에는 도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산이 있었다.그 산은 아이들에게 거대한 놀이터와 같았다.바삭거리는 낙엽을 밟으면서,나는 예쁜 도토리를 찾아 걷고 있었다.하나를 찾으면 주저 앉아 그것을 줍고,근처에서 또 도토리를 찾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