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초등학교 시절
잠시 할머니댁에 살았던 적이 있어요
외할아버지는 아직도 말씀하지 않으시지만
당시 장의사를 하시고 (알게된 계기가 있음)
한 2년? 그 정도 살았는데
할머니댁은 진짜 시골동네예요
마을 입구에 흑염소(매달 한마리씩 사라짐)를 키우고
거름줄 때되면
사방이 거름냄새로 진동을 하는 리얼 시골동네
옆집이랑 알고지낸 햇수가
기본 두자리 수를 넘어가는 그런 동네였는데
잠시 사정이 생겨서
할머니댁에 가서 2년가량 살면서
신기한 일 몇 개 겪어봤는데
그냥 술김에 괴담읽다가 생각나서 적네요.
그냥 음슴체로 쓸래요 내맘
처음 할머니댁에 옷가지 들고 들어갔을 당시
할머니댁분위기는 뭔가 되게 포근했음
그냥 기분이 좋았음
그리고 당시 맞은편에 똑같은 집 구조로 된곳에 사시는
자칭 무당할머니 한 분이 혼자 계셨음
나만 보면 귀여워해주시고 맛난 거도 많이 주시고
무당할머니라고 부르라고 하심
그래서 가끔 무당할머니 댁에가서 떡 달라고 조르면
할머니가 항상 백설기만 주심
그래도 맛있었음
아무튼
외할아버지는 술에 자주 취해계셨음
취하셔도 항상 꼿꼿하게 다니셨음
그리고 외할머니께서도 외할아버지가 약주하신 날에는
마당에 팥을 뿌리시고 별말씀 안하셨음
내가 외할머니댁에 입성하고 얼마 후 사건은 일어났음
평소같이 학교 다녀오는 길에 노래를 부르고있었음
(음치라 꽥꽥된 거밖에 기억 안남)
근데 가는 골목에 웬 정장입은 형이 서서
종이만 빤히 보고 서있었음
그딴거 관심없는 나는 쿨하게 지나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형이 부름
당시 순진한 나는 형에게 다가감
형은 아무거도 없는 백지를 가지고
나에게 길을 물어봤음
근데 설명을 듣다보니 우리동네 같아서
내가 데려다 주겠다고함
형이 고맙다며 자긴 길을 잘 잃어버린다며
손잡고 가자고 손을 내밀었는데
손이 되게 축축했음
하지만 난 신경쓰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동네어귀에 들어섬
몇살이니 어디학교니 어디사니 이런이야기들
아무튼 막 이야기 하다가
무당할머니 댁 앞을 지나는데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엄청나게 들림
그리고 무당할머니가 기르시던
누렁이(개 이름임)가 뛰어나와 골목을 막고 짖음
누렁이 짖는 건 처음 봐서 신기한 나머지
그형한테 말을 걸려고 한 순간
진짜 나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음
정장입은 사내는 어디론가 가고
발이 허공에 둥둥 떠있고
목은 기괴하게 꺾인 이상한 사람이
보랏빛 혀를 아주 길게 늘어뜨리고
나는 그 혀를 잡고있었던 거임
고개도 아무것도 움직이지않고
눈알만 굴려서 눈이 마주치는순간
난 본능적으로 위기를 직감했음
근데 사람이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차를 보면 굳는 것처럼
나도 그 자리에서 굳어서
서로 마주보는 상태가 되어버림
얼마나 길게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무당할머니네 개가
내 바짓가랑이를 물고 잡아당김
식겁해서
혀를 털어내려고 손을 터는데 안 털어짐
개한테 끌리다시피해서
할머니댁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순간 혀가 잡아당기는 힘이 강해지면서
날 눈이 튀어나올듯이 쳐다봄
바로 그 순간
무당할머니께서 내 뺨을 엄청난 힘으로 갈기심
"시퍼런 놈의 새끼가!"
라고 그 보랏빛 혀귀신을 보면서
욕을 내뱉으시는데
보랏빛 혀가 갑자기 사라짐
그리고 나에게 떡이나 먹고 가라고
백설기 주시는데
무당 할머니 앞에서 이야기를 하며 펑펑 울음
무당할머니는 괜찮을 거라고 하시면서
복주머니 하나를 주시면서
집에 가서 열어도 괜찮은데
집 가는 길에는 절대 열지말라고 당부하심
어차피 바로 앞집이라 복주머니를 받아들고
집에 가서도 열지않고
한동안 가방에 넣고다녔음
나중에 들은 건데
그날 할아버지께서 염을 하셨다고 함
목을 매달아서 자살한 청년이었는데
꽤 오래 방치되어서
얼굴이 보라색으로 변해있었다고 하심
염을 하는데 자꾸만 입이 벌어지니까
찹쌀가루와 소금물로
경단을 주먹밥처럼 만들어서
삼베로 싸서 입에 넣어주셨다고 하심
이게 저승가는 길에 먹는
일종의 식량? 비슷한 의미인데
외할아버지께선 입을 벌리는 걸
배가고프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함
그래서 크게 경단을 뭉쳐서 넣어두신건데
보랏빛 귀신이 그거도 모자라서
날 식량 삼으려고 데리러 온 거라고 들음
무당할머니가 백설기만 빚으시는 이유도
지나가는 길에 배고픈 귀신있으면
사람 해코지 하지말고
백설기나 먹고 가라는 의미로 해두는거라고 하심
술김에 그냥 옛날이야기 생각나서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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